기생충, 기생 정도는 하게 해주세요.
- 양돌
- 2020년 1월 6일
- 2분 분량
- YDLOG

감동: 봉준호
개봉: 2019. 05. 30
등장인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72회 황금종려상 수상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괜스레 나에게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신경이 쓰였다.
지하철 냄새.
같은 냄새.
계급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냄새와 살인만 남는다.
요즘 인터넷에서 xx충이라는 용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는 이 인터넷 단어.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계급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처연하게 다가온다.
한국 사회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기생충의 역할을 맡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기택 가족의 표상일 것이고, 문광 가족의 이웃일 것이다.
아마 나도 기생충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어떤 것을 상기시킨다.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그 어떤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좌절감을 느낀다.

기생충은 <설국열차>를 계단의 형태로 변환시킨 영화이다.
인간의 역사처럼 긴 계급의 모습을 중력에 당겨지는 비의
형태로 모습이 바뀐 영화이다.
그리고 두 영화의 상층 계급에 대한 분노는 하층 계급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에서 비롯될 뿐이다.
기생충은 계급 간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도 단지 어디서 일어날 법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다고 했을 정도니, 노골적으로 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 내내 마주하게되는 계급 간의 갈등은 영화적 현실이고,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다.
영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영화의 기본 플롯이 하층 계급과 상층 계급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층 계급과 최하층 계급 간의 갈등을 통해 상층 계급의 존재를 부각 시킨다는 점이 영화의 핵심이다.
사실 더 넓은 관점으로 보면, 인간 사이의 갈등이 곧 계급의 갈등일 것이다.
친구와의 다툼, 이웃과의 갈등, 직장 상사에 대한 분노, 시기, 질투, 좌절.
이 모든 것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사소한 것일 뿐이지만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래서 봉준호의 영화에서는 인간이 계층의 모습으로 바뀐 형태로 영화가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이 청룡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에 평생 기생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생각해보면, 사회에 기생하는 것조차 너무 버겁고 힘들다.
기택의 가족 처럼(주연은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자리를 뺏어버리고 기생하는 것조차 힘겹다.
그냥. 기생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런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